길에서 만나다...
그녀의 얼굴은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.
내가 그녀를 알아보기 전까지는 말이다.
내 기억속에 그녀는......
해가 지고 낮동안 데워졌던 공기가 조금은 식어가는, 아직 여름이 오기전 어느 저녘 무렵이었다.
조금은 낯설어 보이던 그녀를 마주 앉아서 술 잔을 기울이던 그날 저녁.
희미한 전구의 노란 불빛이 아른거리던 술잔의 건너편엔, 반짝이는 눈망울이 내 얼굴을 투영하고 있었다.
조금은 한탄섞인 목소리에 힘들어하던 그녀의 넋두리를 들어주며 기울이던 술잔은 어느새 그녀를 미소짓게 만들고 있었다.
세상 어디에도 그토록 순수한 미소는 없으리라 생각했다.
나는 주량이 약하다. 그녀의 미소를 기억하는 그 순간이후로 그녀의 이야기는 내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녀의 미소에 묻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.
그녀의 미소를 아쉬워하며 집으로 돌아가던 그 순간, 돌이킬 수 없는 업보를 치르고 만다.
그렇게 나는 세상에 혼자가 되었다.
추적추적 비가 오던 초여름 해가 지는 저녁 무렵, 길에서 만나는 그녀는 나를 알아보기 전까지 그 때보았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.
내가 그토록 그려왔던 그녀의 해맑은 모습앞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.
그녀를 그토록 하얗게 미소짓게 해주는 그가 함께하고 있었기에 스치듯 지나가는 나를 알아보지 않기를 바랬다.
그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서로는 서로를 알아보게 된다.
초라해진 나를 측은이 바라보는 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는 듯 했지난 어느덧 그와 함께 다시 걸어 나를 지나쳐 갔다.
이렇게 길에서 만나다...
다시 헤어진다.